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느끼는건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과 별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 평범한 삶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평범한 삶을 강요한다기 보다는 자기가 살아온 삶을 자기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억지로 권한다는게 더 정확하겠다. 그들은 대개 이런 말을 한다.
결혼 안해요?
애는 빨리 낳는게 좋아요.
그 나이에 그런 곳으로 여행이라니...(인도에서 1년, 남미 3개월, 무작정 뉴욕으로 1년 등의 여행 경험과, 안나 푸르나에 꼭 올라가겠다, 내지는 사하라를 건너진 못해도 3박4일정도의 사파리는 해보고 싶다는 등의 다짐을 들려 주면)
이제 돈을 모아야 되는거 아니에요?
아직 차도 없어요? 왜 차는 안사요?
대충 요약하면 이정도다. 결혼, 돈, 차, 안정된 삶, 자식. 이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들은 나이 30이 넘으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하고, 돈을 차곡 차곡 저축해야하고, 자동차를 굴려야 하고, 안정된 삶을 지향해야하고, 자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삶이 정상적인 삶이고, 이런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은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5년 내로 안나푸르나에 오르겠다고 하면(난 안나푸르나에 가고싶지 않다. 5년 내에 갈 생각이다. 가고싶다와 가겠다는 확실히 다르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러면서 꼭 한마디 한다. 결혼은 언제 할건데?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소리는 자식과 돈과 집과 기타 등등 자기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길에 대해 줄줄이 늘어놓듯이 내 인생 계획을 세워준다.
그럼 내가 묻는다. 결혼을 꼭 해야하는거야?
당연히 해야한단다.
당연히 해야 한다면 그 당위성이 있을테니 당위성을 얘기해 보라고 하면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 말의 결론은 '남들 다 하니까'다. '남들 다 하니까'를 더 캐 물으면 '내가 했으니까'가 나올게 확실해 보인다. '내가 했으니 너도 해라'는 식이다.
남달 다 하는걸 꼭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또다시 주저리 주저리 말을 주워 섬기며 그 결론은 '그래야 하니까'로 다시 정리된다. 여기서 더 깊이 캐물으면 '그렇게 사는게 정상적인 삶'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남들 다 하니까 해야한다. 그러니까 해야 한다. 그게 정상적인 삶이다. 따라서 너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 않는거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다시 물어본다. 그럼 내가 결혼하는데 뭐 보태줄래?
돌아오는 답변은 뻔하다. 왜 내 삶에 자기가 보탬이 되야 하는데?
내 삶에 보탬이 되지도 않을 거면서 왜 내 삶에 이래라 저래라냐고 물어보면 '이상한 인간' 취급을 한다. 자기는 남들 하는대로 다 하니까 정상적인 사람이고, 남들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은 비정상적인 사람이라는게 그들의 견해인 것 같다. 그리고 남들과 같은 삶을 사는게 옳은 길이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은 잘못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도 갖고 있는 듯 하다.
남들과 같은 삶에는 내가 보기엔 너무나 말도 안되는 조건도 들어있다.
회사 생활 하려면 1주일에 3일 정도는 술을 마셔 줘야되고, 술을 마실 때는 정신을 놓고 개차반이 될 때까지 마셔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주말에 인라인을 타고 한강변을 3시간쯤 달려주는 것도 이상한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리고 요즘처럼 자전거가 대세일 때는 자전거를 사야지(타야지가 아니다) 인라인을 타면 안된다. 월드컵 경기의 한일전이라도 하는 시간이면 반드시 봐야 하고, 축구에 관심 없어 안보면 매국노가 된다.
정상적인 삶의 기준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남들 사는 대로 따라가는게 정상적인 삶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비가 오면 모두 똑같은 색의 우산을 쓰고, 월요일은 빨강, 화요일은 주황, 수요일은 노랑, 목요일은 초록색 옷을 입어야 하고 모두들 하루키의 1Q83을 들고 다니고... 이런 세상이 있다면 정상적인 세상일까?
자기 삶도 제대로 주체 못하면서 도움도 안줄 타인의 삶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최소한 타인으 삶에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다면, 그들의 삶에 그정도의 영향(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을 줄 준비를 하고 말을 꺼냈으면 한다.
2009년 9월 1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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